2018년 5월 2일, 일본 기업인 ‘라쿠텐’에서 근무하고 계신 96학번 오광신 선배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인터뷰는 학교에서 봄비가 내리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오광신 선배님과의 인터뷰는 다양한 해외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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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진행중인 오광신 동문과 컴타임즈 박지영, 이상현, 이수은 학우 |
Q. 선배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컴퓨터학부 96학번 졸업생 오광신 입니다. 졸업 후 싱가포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했고, 현재는 일본의 ‘라쿠텐 이치바(Rakuten Ichiba)’에서 개발팀의 엔지니어 겸 팀 리더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로 해외로 취업하게 되었는데 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졸업 후 싱가포르는 어떻게 가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가 학교를 다니고 있던 1996년도에 자바 언어(버전 1.0)가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그 때 다른 언어들보다 자바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했었고, 이후에 한국의 IT 회사에서 병역 특례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싱가포르의 한 대학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가 다니고 있던 회사의 프로그램을 구매하게 되었고, 마침 제가 개발을 담당했던 프로그램이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싱가포르로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해외 경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대학의 요구 사항에 맞게 프로그램을 *커스터마이징하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저를 좋게 보셨는지, 현지에서 저희 팀을 도와주시던 매니저분께서 함께 계속 일을 하지 않겠냐고 권유를 해 주셨습니다. 아쉽지만 복무가 끝나는 1년 반 후에 연락을 달라고 장난스레 말하며 거절하였는데 감사하게도 정말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싱가포르에 가게 되었고, 5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주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
Q. 싱가포르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시면서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싱가포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5년 일을 하다 보니, 좀 더 깊고 폭넓게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 대학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을 *코스워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코스워크 과정의 경우 따로 커리큘럼이 있어서 보통의 경우 미리 짜인 과목들만 수강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를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공학, 분산 데이터베이스, 가상머신과 같은 리서치 과정의 수업들을 신청하고, 수강했습니다. 그 분야만 더욱더 깊게 연구하는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으니 학점은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분야를 조금 더 깊게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코스워크(Coursework): 강의식 수업을 수강하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 다른 한 편으로는 연구와 논문을 중심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리서치(Research) 과정이 있다.
Q. 라쿠텐은 어떤 기업이고, 선배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라쿠텐은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 이치바 서비스를 시작으로, 현재는 전자 상거래, 신용·결제 서비스, 포털·미디어, 증권·은행, 통신 등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의 IT 기업입니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사내 공용어를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바꾸고, 70개 이상 나라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여 일본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FC 바르셀로나의 공식 스폰서,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유니폼 파트너쉽을 맺는 등 스포츠 클럽을 통해서도 브랜드 네임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라쿠텐 이치바는 4만 5천개 이상의 상점(Merchant)들이 입점해 있고, 그 상점들을 통해서 2억 5천만개 이상의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E-Commerc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고객이 상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 즉,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 수단 및 배송 방법과 같이 꼭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해서 구매를 완료하는 체크아웃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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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쿠텐 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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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 바르셀로나,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유니폼 |
Q. 라쿠텐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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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신 동문이 번역에 참가한 '탐험적 테스팅' |
싱가포르에서도 그렇고, 일본에서도 그렇고 저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2014년에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관련된 “Explore It! - Reduce Risk and Increase Confidence with Exploratory Testing” 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운 좋게 번역 작업에 참여해서 번역서를 출판할 수 있는 기회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실 번역이라는 작업이 정답도 없고,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번역을 꼼꼼하게 리뷰해 주셨던 리뷰어 분들이 안 계셨다면 번역서가 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 리뷰어 분들 중 한 분이 라쿠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당시 책을 번역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던 시점에서 제게 입사를 추천해 주셔서 라쿠텐에서 그분과 한 팀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라쿠텐 또는 일본에서 느끼는 장점 및 복지는 무엇인가요?
사실 ‘일본 기업들은 보수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 라쿠텐은 일본 내에서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가진 기업 중에 하나입니다. 복장의 자유는 기본이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사내 문화도 없습니다. 사내에 많은 편의시설도 존재하고, 개인의 자율을 많이 존중해주는 편입니다. 또한 일본 기업이지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사내 공용 언어를 영어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사 당시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일본의 깔끔함,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는 일본의 문화적인 부분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시 세끼 다양한 메뉴로 제공되는 사내 카페테리아를 좋아한답니다. (웃음)
Q. 신입사원을 뽑을 때 요구하는 자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신입사원 채용 시 심사를 보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함’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더더욱 인터넷상에 수많은 정보들이 있어서 솔직하지 않을 경우,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 지원서 내의 스펙과 지원서 내에서 언급한 오픈소스 활동을 기반으로 채용까지 생각했던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오픈 소스 활동 내역을 확인해 보니, 지원자가 지원서에서 언급한 활동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서 바로 진행 중이던 절차를 중단했습니다. 아무리 다른 스펙이 좋고 다른 경험들이 훌륭해도 이러한 부분이 발견되면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은 정말 중요하지만, 없는 능력을 넣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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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던 인터뷰 |
Q. 학부 때 배웠던 전공과목 중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학부 시절에 배우는 전공 과목들은 모두 매우 유익하고,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유재우 교수님의 컴파일러, 김수동 교수님의 소프트웨어공학, 양승민 교수님의 운영체제 강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유재우 교수님의 컴파일러 강의는 한국에서 제일 가는 강의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강의인 것 같습니다. 유재우 교수님은 컴파일러가 하는 것들을 책 하나 안 보고 칠판 맨 처음부터 끝까지 쓰실 수 있으실 정도로 대단하시고 ‘인간 컴파일러’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그리고 학부 시절에는 아무래도 큰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김수동 교수님의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배웠던 개발 방법론과 같은 내용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업에서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위해서 함께 일하다 보면, 소프트웨어 공학 강의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한 양승민 교수님의 운영체제 강의는 학부생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매번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풀어 설명해 주셔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해외기업으로의 입사 시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은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은 한 민족, 한 나라, 한 언어를 사용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보니, 외국 사람들과 소통할 때 트러블이 종종 생기게 되는데,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지혜롭게 구분하고,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음식 문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음식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한국 사람이니 당연히 한식이 익숙하고 좋겠지만, 해외에서 일한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해외여행 시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한국에서도 여러 다른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반 이상은 준비되신 것 같습니다!
Q. 최근 공부를 하고 있거나,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요즘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제가 개발하는 데에 꼭 필요한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IT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관심 있게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곳에나 적용 가능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약 인공지능(Weak AI)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정말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약 인공지능(Weak AI): 실제로 사고/해결이 불가능하고, 미리 정의된 규칙을 이용하여 지능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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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진행 중인 오광신 동문 |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조금은 오래된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1996년 소개된 Harvey J.Coleman의 PIE(Performance, Image and Exposure) Model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성공은 자신의 능력 즉 퍼포먼스(Performance)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미지(Image)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성과를 여러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Exposure) 시키는 것이 직장에서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의 책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성공에 미치는 요인으로, 능력/퍼포먼스는 10%, 이미지는 30%, 그리고 노출은 60%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능력/퍼포먼스가 좋아도, 자신의 팀원들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회사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겠죠. 그러니, 학부생 시절부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자신을 알리는 좋은 방법은 ‘GitHub’와 같은 공간에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자신의 코드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도 들어보고,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에 리뷰도 달며 나를 드러내는 것은 아주 훌륭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루이스 캐럴(Lewis Caroll)은 자신의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상상은 현실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사람은 물리적 환경의 제약과 시간적 제약으로 무엇인가를 직접 경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상에는 이러한 한계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상상을 계속해서 해왔었고, 실제로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상상들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도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더 가치 있는 제품이나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열심히 일을 하는 저를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상상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으니, 앞으로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큰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신을 상상해 보세요! 머지않아 그 꿈을 향한 첫걸음이 시작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어에 두려움과 걱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Udemy)의 강의 중 “Help! I’m A Native Speaker But No One Understands My English”라는 강의를 2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을 정도로, 최근에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영어를 가르치는 강의가 개설되고 많은 사람들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안되어 공부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영어를 원어민과 같은 발음과 표현으로 유창하게 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상대방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영어에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외에서 더 많은 숭실대학교 선배님과 후배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라쿠텐 홈페이지(https://global.rakuten.com/corp/)
기사 취재 및 작성 : 이상현 미디어팀장(aszxvcb@gmail.com)
사진 촬영 : 이수은 기자(esoo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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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국장(s267887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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