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숭실대학교 정보과학관에 IT대학 학부생들의 이목을 끄는 귀한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배우이자 이제는 감독으로 데뷔를 한 박중훈씨였습니다. IT분야와 공통분모가 전혀 없을 것 같은 박중훈씨의 방문에 많은 학부생들이 궁금함을 느끼며 공개 세미나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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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훈씨를 소개하고 있는 신용태 교수님 |
박중훈씨의 공개 세미나는 다른 일반적인 강연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박중훈씨가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박중훈씨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질문을 요구하며 강연에 매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본 기사는 참석자들의 질문과 박중훈씨의 대답을 선별하여 문답 형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Q. 박중훈씨는 20대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20대를 불행하고 힘들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할 거예요. 저는 취미와 특기와 지금 하고 있는 일, 3가지가 일치하는 복을 받았어요. 그게 바로 '영화'입니다. 한 사례를 들자면 영화 촬영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 무척 피곤한 상태일 때 다른 사람들 같으면 잠에 들 텐데 저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요. 그럴 때 마다 저는 ‘내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일이기에 다시 한 번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Q. 박중훈씨는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것 같은데요, 사람을 볼 때 어떤 면을 중요시하는지 궁금합니다.
A. 보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선 저는 첫인상을 봅니다. 그 사람의 말하고 듣는 태도, 장소에 맞는 옷차림 등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먼저 봐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마음가짐이 한결같은지를 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한결같음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후에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같은지를 뜻해요. 이때 더불어서 수십 년의 시간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지 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 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신경을 잘 안 쓰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따뜻하게 잘 대해주는 사람들은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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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박중훈씨 |
Q.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A. 딱 하나를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많은 것 같아요. 영화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되어있고 배우들은 그 극적인 상황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노동을 많이 합니다. 제가 '황산벌'이라는 영화를 촬영할 때 맡은 역할이 계백 장군이었는데 극 중에 가족들을 죽이는 장면이 있었어요. 출정하기에 앞서 본인이 정말 사랑하는 가족들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생각만으로도 무척 괴롭고 힘든 일인데 배우들은 그 감정을 정말로 느끼면서 연기를 해야 해요. 이런 극적인 감정들을 매번 느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Q. 배우로서 길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을 어떤 것으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배우에게 흔히 붙이는 수식어로 '천의 얼굴'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저는 배우가 천의 얼굴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하나의 이미지를 얼마나 깊게 파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의 이미지 변신은 배우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결정하는 거예요. 관철되는 하나의 이미지로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길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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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대학 학부생들에게 인사하는 박중훈씨 |
Q. 최근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돌 가수의 연기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글로벌미디어학부로 전과를 하고 싶어 할 때 기존 글로벌미디어학부의 학생들이 국어국문학과 학생의 전과를 막을 수 없죠.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활동을 기존의 배우들이 막을 권리는 없어요. 출신에 관계없이 관객들에게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의 연기를 보는 눈높이가 높아졌고 또 연예계가 굉장히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하는 부분들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입니다.
Q. 박중훈씨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A. 누구나 삶의 목적은 성공일 거예요. 저는 성공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제가 성공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이 오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지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행복한 것 같고 행복하니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우선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고 많은 팬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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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신 박중훈씨 |
박중훈씨는 강연 내내 IT대학 학부생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변을 해주셨고 열정적인 자세로 강연에 임하셨습니다. 박중훈씨는 마지막으로 평소 어려운 자리라고 느껴 꺼려하는 강연에서 숭실대학교 IT대학 학부생들의 집중하는 모습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고 힘을 얻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학부생들에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공의 조건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전하며 공개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아닌 인간 박중훈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사 작성 : 백승훈 기자(seunghoon-korea@hanmail.net)
사진 촬영 : 변기범 국장(fun6iver@naver.com)
편집 : 김태호 편집팀장(powerxogh@hanmail.net)
석나영 미디어팀장(snyun6455@naver.com)
변기범 국장(fun6i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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