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인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커리, 탄두리치킨, <김종욱 찾기>, <세 얼간이>, <내 이름은 칸>... 9시간이 걸릴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알려진 음식과 영화 등으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나라이다. IT대학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인도 IT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을 때, 필자는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그 아름다운 나라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떠오르는 IT 강국 인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인도의 수식어이다. 그러나 출발 전 사전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인도 IT 산업의 현황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30명의 IT대학 학생들은 숭실대를 대표하여 다음과 같은 연수 목적을 가지고 인도로 출발하였다. 먼저 인도가 낙후된 인프라와 절대 빈곤, 비효율적인 정부 운영 등의 여러 제약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IT 현황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IT 산업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이공계열 기피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큰 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델리와, 특히 IT 산업의 주요 도시인 뱅갈로는 그나마 조금씩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어서 점점 발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은 길거리 위에 빈곤층이 모여앉아 있고, 종교적인 특징으로 인해 소와 같은 여러 종류의 큰 동물들이 돌아다니며, 배설물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상황이 심각했다. 긴 이동 시간 내내 인도의 양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일간 머무른 인도 남부의 하이테크 산업단지인 뱅갈로는 ‘세계적인 IT 허브’로 불릴 만큼 각종 IT 기업이 밀집해있었다. IT대 학부생들은 이곳에서 LG CNS, LG SI, TELECA, TCS, 그리고 RV 공과대학을 방문하였다.
첫 번째로 방문한 LG CNS는 국내에서 쌓아온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기술력을 근간으로 IT 기술력이 뛰어나면서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인도 인재들과 결합하여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솔루션 기반의 종합 IT 서비스 업체이다. 솔루션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말하는데 LG CNS에서는 솔루션뿐만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 서비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관리, 품질 컨설팅, 독립적인 S/W 테스트, 제조 실행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어서 방문한 LG SI에서는 시스템 개발이 주를 이루는데, 고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주거나 기존의 솔루션을 구매해서 고객의 구미에 맞게 수정해 주는 업무가 이루어진다.
학부생들은 기업 측에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귀를 기울였고, 기업 측에서도 대학생 방문은 처음이라며 심혈을 기울여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응답해 주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한 학생의 질문은 “인도의 교통 인프라가 매우 낮은 수준인데 왜 이미 다른 나라에는 많이 존재하는 솔루션을 적용시키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학생이 지적한대로 인도의 교통은 번잡하고 질서정연하지 못하여서 도로 위의 먼지와 소음공해가 여행 내내 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나은 교통 인프라를 가진 다른 나라의 교통 솔루션을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인도의 상황에 적용시키면 시스템이 들어오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인도의 낙후된 교통 수준에 맞게 솔루션을 수정하며 발전시켜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다음으로 도착한 TELECA는 이동 통신 업계에서 세계 선두에 있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공급 업체이다. 다른 기업들처럼 문제 해결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제 해결에 대한 자격 부여 같은 것을 한다. 이 기업에 들어섰을 때에는 자유로운 개발 분위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을 볼 수가 있었다. 한국에서 방문한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은 정성이 느껴져 매우 인상 깊었다. 또한 서툰 영어로 묻는 질문에도 친절히 대답해주는 모습에서 이렇게 세심하고 자신감 있는 직원들로 인해 TELECA가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덧붙여 TELECA가 중요시하는 품질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다음 우리가 방문한 기관은 TCS(Tata Consultancy Services)였다. 벌써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는 TCS 글로벌 IT서비스와 비즈니스 솔루션 및 기업의 아웃소싱을 제공하며,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의 대기업이다. 기억에 남는 이곳의 영업전략 및 특징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고객과의 ‘신뢰’를 매우 중요시하는 점이다. 고객들과 온종일 연락을 취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에서도 그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두 번째는 인력을 통해서 예산 감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오래 일할수록 급여가 늘어나니 이들을 약 3년 주기로 다른 곳으로 이직시키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신입직원을 뽑아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기업 방문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많은 여성 개발자들이 남성 개발자들과 섞여 어우러져 일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IT직종, 특히 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데, 인도의 IT 기업을 견학하면서 여성 종사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 한국과는 또 다른 근무 분위기를 실감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학생들도 영어공부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일단 인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니 외국과 더욱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IT 연수를 통해 인도 뱅갈로의 IT 산업이 왜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뱅갈로는 고지대, 연중 쾌적한 기후의 자연적 환경, 저렴한 교육비 및 인건비, 하이테크 IT 및 R&D 기관 밀집, 정부의 지원 등 IT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도시였다.
마지막으로, 뱅갈로 최고의 유명 공과대학인 RVCE에 갔다. 이곳은 전국의 수재들이 몰리고 있으며 최적의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 내 도시 중 가장 서구화된 도시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교류가 활발하며 개방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컴퓨터학부가 ORACLE 회사의 협력기관으로 선정되어 있으며, 절반 이상의 졸업생이 졸업 전에 이미 IBM, ORACLE 등 뱅갈로에 지사를 둔 세계일류 MNC에 취직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99%의 취직률을 자랑한다.
IT 기업 및 대학 견학을 마치고 아그라, 시키리, 자이푸르, 델리를 거치며 인도의 문화재 및 유적지 관광 시간을 가졌다. 타지마할, 종교별 사원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인도의 관광지를 돌아보며 꿈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인프라 수준은 매우 높다. 학생들의 IT 능력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파하고 언어적인 한계를 극복한다면 인도의 IT 산업보다 더욱 세계적으로 나아가는 한국의 IT 기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 : 변지선(aaaaha@nate.com)
편집 : 컴타임즈 편집국(plove02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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