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위험하지 않아?” 내가 시리아를 여행한다고 말했을 때 보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다. 중동에 있는 나라, 사회주의이며 미국과 사이가 유난히 안 좋은 나라. 이것이 우리가 시리아에 대해 아는 전부일 것이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유독 무서운 나라로 찍혀버린 시리아! 그러나 짧은 일정이었지만 내가 여행한 시리아는 생각만큼 무서운 나라가 아니었다. 인심 좋은 사람들과 길거리 음식들의 천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다마스커스의 고풍스러움, 세계여행자들과의 만남 등 짧지만 풍부했던 시리아의 추억들.
 |
| 중동에서 가장 큰 수크인 하마디야수크. 히잡을 둘러쓴 여인네들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
시리아에 도착해서 놀랬던 건 거리마다 있는 국왕의 초상화와 사진들이었다. 마치 북한 사람들이 김정일 초상화를 집집마다 거는 것처럼 각종 관공서나 상점 안에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다. 여행객들이 많은 찾는 곳이 아닌지라 거리를 걷다보면 호기심어린 시선을 많이 받는다. 그래도 뚫어지게 쳐다보며 큰 소리로 인사하던 터키 사람들에게 익숙해서일까? 조금한 목소리로 hello하며, 곁눈질로 흘끔거리던 시리아 사람들이 무섭기보다 젠틀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조심스런 시리아 사람들도 미국이야기가 나오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반미감정이 짙은 시리아. 그래서 시리아에선 미국 가전제품이나 KFC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미감정이 특히 심한 일부시리아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미국의 우방국이라 여겨 반기지 않기도 할 정도란다. 내 모토로라 휴대폰을 보고 미국것이냐며 뺏어가 요리조리 구경을 한 후 별거없네, 역시 미국이야. 말하던 시계상점 아저씨를 보고 새삼 시리아의 반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시리아 여행에선 빼 놀 수 없는 건 바로 ‘길거리 음식들’이다. 은근히 매운 걸 좋아하는 시리아 사람들의 식성과 더운 날씨 덕분에 발달한 음료수들, 거기에 사랑스러운 물가가 합쳐져 여행 시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유럽에 바게트가 있다면 중동에는 쿱즈가 있다. 커다란 원판 모양으로 만두피를 두 개 겹쳐 논 것 마냥 생긴 이 빵을 주식으로 먹는다. 그런데 색깔하며 재질하며 영락없는 걸레로 보여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걸레빵으로 더 많이 불린다. 치즈나 쨈에 찍어 먹기도 하고, 고기와 야채를 넣고 말아 케밥을 만들어 먹는다. 시리아의 케밥 속 고기에는 고춧가루 양념이 들어가서 우리 입맛에 특히 잘 맞는다. 더운 날씨 탓에 열대 과일들이 많은 시리아에서는 거리 곳곳 과일 주스를 파는 곳이 눈에 띈다. 구아바, 오렌지, 키위등 여러 과일들을 즉석에서 갈아서 만들어주는데 신선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시리아의 아이스크림! 미국의 유명 여행기자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시리아의 아이스크림을 꼽았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쫀득쫀득한 식감의 하얀색 아이스크림에 피스타치오를 묻혀주는데 우리 돈으로 500원밖에 하지 않아 여행객들에게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
| 시리아의 길거리 음식들! 시리아 걸레빵 사이로 고기를 끼어넣은 케밥, 과일쥬스, 엿과 비슷한 맛의 시리아 디저트, 시원한 아이스크림 |
인접한 나라에 비해 물가가 낮고, 활동이 힘든 더운 날씨 탓에 시리아에는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특히 그 중심이 되는 도시가 하마이다. 국경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가운데 있다는 지리적인 특성과 함께 현지인이 많아 관광지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 도시의 매력이다. 여행자들에게 중동의 4대 천왕 중 한명으로 유명한 압둘라가 있는 RIAD호텔에서 난 많은 세계 여행자들을 만났다. 1달간의 짧은 일정으로 터키와 시리아를 여행하는 나와 달리 최소 6개월 계획으로 여행하던 장기여행객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 할 때, 완벽한 루트에 집착한다. 제한된 시간에 효율적으로 관광을 하기 위해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홈페이지와 책들에서 타인의 입소리 만으로만 일정을 짜다보니 막상 도착해보면 기대와 달라 실망한다. 그리고 실망할 틈도 없이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충분히 여행지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여행지에서 얻은 생생한 정보를 갖고 교통, 시간의 효율성은 무시한 채 자신의 기호에 맞추어 자신만의 루트로 여행을 하던 장기 여행객들의 자유로움이 참 부러웠다. 그러고 보니 여행 전 무서운 나라로만 생각했던 시리아가 이렇게 많은 모습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여행 후 이제 내가 할 일은 시리아가 나에게 보여준 이 새로운 경험들로 '시리아=무서운 나라'란 편견을 조금씩 깨줘야 하는 게 아닐런지,,
 |
| 하마의 상징인 커다란 물레방아. 밤이되면 더위를 피해 오는 현지인들로 붐빈다 |
http://www.comtimes.kr/news/41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